오래된 플라스틱은 왜 쉽게 깨질까? 취화와 고분자 열화의 원리
처음에는 어느 정도 휘어지고 충격에도 잘 버티던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할 정도로 쉽게 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래된 전자제품을 분해하려다가 고정 클립이 툭 부러지거나, 플라스틱 수납함을 살짝 눌렀는데 모서리가 깨지고, 자동차 실내 부품이나 오래된 장난감이 작은 충격에도 금이 가는 식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약해졌을까요?
이런 현상은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나면서 취화(Embrittlement)되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취화는 재료가 이전보다 잘 늘어나거나 휘어지지 못하고, 작은 변형에도 균열이 생기거나 쉽게 파손되는 방향으로 성질이 변하는 현상입니다.
플라스틱이 단순히 ‘오래돼서 약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부에서는 고분자 사슬의 절단, 산화, 자외선 열화, 첨가제의 변화, 반복되는 열과 응력 등 다양한 과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래된 플라스틱이 왜 단단하고 잘 깨지는 상태로 변하는지,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제품에서도 왜 갑작스러운 파손이 일어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플라스틱이 잘 깨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재료가 힘을 받을 때 보이는 반응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어떤 재료는 힘을 받으면 많이 늘어나거나 휘어진 뒤에 파손됩니다.
반대로 어떤 재료는 거의 변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깨집니다.
이 차이를 이해할 때 중요한 개념이 연성(Ductility)과 취성(Brittleness)입니다.
연성이 큰 재료는 파손되기 전에 어느 정도 변형될 수 있습니다.
반면 취성이 큰 재료는 변형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균열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파손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도 처음에는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취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 제품에서는 살짝 휘어지던 부분이 오래된 제품에서는 ‘딱’ 소리를 내며 바로 부러지는 일이 생깁니다.
플라스틱의 성질은 긴 고분자 사슬에서 나옵니다
플라스틱은 긴 분자 사슬로 이루어진 고분자(Polymer) 재료입니다.
이 고분자 사슬은 서로 얽혀 있고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힘을 받을 때 분자 사슬이 조금씩 움직이고 재배열되면서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일부 플라스틱은 충격을 받아도 즉시 깨지지 않고 어느 정도 변형되며 버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고분자 사슬의 구조가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슬이 끊어지거나 산화되고, 첨가제가 빠져나가거나 분자 사이의 움직임이 제한되면 재료가 예전처럼 충격을 흡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힘을 받아도 새 제품보다 오래된 제품이 훨씬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고분자 사슬이 끊어지면 플라스틱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플라스틱 열화에서 중요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사슬 절단(Chain Scission)입니다.
고분자를 이루는 긴 분자 사슬이 열이나 자외선, 산화 등의 영향으로 중간중간 끊어지는 현상입니다.
긴 실 여러 가닥이 얽혀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긴 실들이 서로 충분히 얽혀 있으면 힘을 받았을 때 하중을 여러 곳으로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이 계속 잘려 짧아지면 서로 얽혀 있는 정도가 줄어들고 전체 구조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고분자도 비슷합니다.
분자 사슬이 짧아지면서 평균 분자량이 감소하면 재료의 기계적 성질이 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충격을 흡수하거나 늘어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플라스틱이 더욱 취성적인 상태로 변할 수 있습니다.
산소는 플라스틱을 천천히 변화시킵니다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공기와 계속 접촉합니다.
공기 중의 산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분자와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를 산화 열화(Oxidative Degradation)라고 합니다.
고분자가 열이나 자외선 등의 에너지를 받으면 반응성이 높은 라디칼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 라디칼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연쇄적인 산화반응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고분자 사슬이 끊어지거나 새로운 산화 생성물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누적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황변
- 광택 감소
- 강도 변화
- 신율 감소
- 표면 균열
- 취성 증가
즉, 플라스틱의 색이 변하는 것과 잘 깨지는 현상이 서로 완전히 별개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같은 산화 열화 과정에서 함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외선을 받은 플라스틱이 쉽게 깨지는 이유
햇빛은 플라스틱 취화를 빠르게 만드는 대표적인 환경 요인입니다.
햇빛 속 자외선은 일부 고분자의 화학결합을 끊을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표면이 오랫동안 자외선에 노출되면 광화학 반응이 발생하고 산소와 함께 광산화(Photo-oxidation)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표면 근처의 고분자 사슬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야외에서 오래 사용한 플라스틱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색이 바램
- 황변
- 표면이 분말처럼 거칠어짐
- 광택이 줄어듦
- 미세한 균열
- 쉽게 깨짐
특히 표면에서 먼저 열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작은 균열만 있어도 충격 저항성이 크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같은 제품인데 햇빛 받은 쪽만 더 잘 깨질 수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열화는 제품 전체에서 항상 균일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창가에 놓인 제품이라면 햇빛을 받은 면과 뒤쪽의 상태가 다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외장이나 실내 플라스틱도 햇빛을 많이 받는 부분과 그늘진 부분의 열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제품을 분해했는데 한쪽의 클립만 유독 쉽게 부러진다면 해당 위치가 오랫동안 열이나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고장분석에서는 이런 손상의 분포가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제품 전체가 동일한 원인으로 약해졌는지, 특정 환경에 노출된 부분만 열화되었는지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높은 온도도 플라스틱 취화를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자외선뿐 아니라 열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높은 온도에서는 산화반응을 비롯한 여러 화학반응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내부처럼 장시간 따뜻하거나 뜨거운 환경에서는 고분자의 열산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전자제품 내부를 예로 들면 CPU, 전원부, 모터 등 다양한 부품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플라스틱 하우징이나 커넥터가 수년 동안 이런 온도 환경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재료의 성질이 서서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여전히 모양을 유지하고 있어도 충격 강도나 연성이 감소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전자제품을 수리하면서 플라스틱 고정 클립을 살짝 벌렸는데 갑자기 부러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온도가 오르내리는 것도 스트레스가 됩니다
제품은 일정한 온도에서만 사용되는 경우보다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 내부는 낮에는 매우 뜨거워지고 밤에는 다시 식습니다.
전자제품도 전원을 켜면 온도가 올라가고 끄면 내려갑니다.
플라스틱은 온도가 변하면 팽창하고 수축합니다.
특히 플라스틱이 금속이나 다른 재료와 결합되어 있다면 각각의 열팽창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접합부에 반복적인 응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이미 열화된 플라스틱의 작은 흠집이나 균열이 점점 성장할 수 있습니다.
즉, 화학적 노화와 기계적 반복 응력이 동시에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첨가제가 빠져나가면 플라스틱이 더 딱딱해질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에는 기본 수지 외에도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갑니다.
유연성을 높이는 가소제, 산화를 늦추는 산화방지제, 자외선 안정제, 난연제, 안료 등이 대표적입니다.
일부 플라스틱에서는 가소제가 재료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소제가 표면으로 이동하거나 외부로 손실될 수 있습니다.
가소제가 줄어들면 고분자 사슬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플라스틱이 원래보다 딱딱해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연성이 감소하고 작은 변형에도 균열이 발생하기 쉬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특히 연질 PVC 같은 가소제를 많이 사용하는 재료에서 중요할 수 있습니다.
모든 플라스틱이 같은 방식으로 취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플라스틱’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재료는 매우 다양합니다.
ABS, 폴리카보네이트, 폴리프로필렌, PVC, 폴리에틸렌, 폴리스티렌 등은 모두 화학구조가 다릅니다.
따라서 열화 방식도 다릅니다.
어떤 플라스틱은 자외선에 비교적 민감할 수 있고, 어떤 재료는 높은 온도에서 산화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재료는 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작은 균열이 쉽게 생길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수지라도 첨가제와 제조 조건이 다르면 내구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이 깨졌다는 이유만으로 단순히 “플라스틱이 오래돼서 그렇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어떤 플라스틱인지, 어떤 환경을 경험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ABS 플라스틱이 오래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ABS는 전자제품 외장, 자동차 부품, 장난감 등에 매우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입니다.
충격에 비교적 강하고 가공성이 좋아 다양한 제품에 사용됩니다.
하지만 장기간 자외선과 열에 노출되면 ABS 역시 열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ABS를 구성하는 고분자 구조 중 일부는 산화와 자외선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황변이나 표면 변화와 함께 충격 저항성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컴퓨터 케이스나 가전제품의 플라스틱 클립이 새 제품보다 쉽게 부러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ABS라고 해서 모두 같은 속도로 열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된 등급과 안정제, 색상, 사용 환경에 따라 내구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폴리프로필렌도 시간이 지나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폴리프로필렌(PP)은 수납용품, 자동차 부품, 생활용품 등에 널리 사용됩니다.
가볍고 화학적 저항성이 좋으며 반복적인 굽힘에도 비교적 잘 견디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외선 안정화가 충분하지 않은 PP를 야외에 장기간 노출하면 광산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표면이 하얗게 바래고 거칠어지거나, 작은 충격에도 잘 깨지는 상태로 변할 수 있습니다.
야외에 오랫동안 방치한 플라스틱 바구니나 의자가 새 제품보다 쉽게 부서지는 이유 중 하나로 이런 열화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투명 플라스틱에 작은 금이 여러 개 생기는 이유
투명 플라스틱 표면에 아주 가는 선 형태의 균열이 여러 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일반적으로 크레이징(Crazing) 또는 미세균열 현상과 관련해 볼 수 있습니다.
크레이징은 단순한 하나의 큰 균열과는 조금 다릅니다.
재료 내부에 미세한 빈 공간과 섬유상 구조가 형성되면서 하얗거나 은빛 선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폴리카보네이트나 아크릴 같은 투명 플라스틱에서는 작은 균열이 빛을 산란시키면서 눈에 잘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이 많아지면 재료의 투명도가 떨어지고 결국 더 큰 균열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정제가 플라스틱을 깨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파손에서 의외로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화학물질입니다.
제품을 깨끗하게 닦기 위해 사용한 세정제나 용제가 오히려 플라스틱에 균열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이 이미 내부 응력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특정 화학물질과 접촉하면 환경응력균열(Environmental Stress Cracking, ESC)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화학물질이 플라스틱을 완전히 녹이지 않아도 됩니다.
재료가 응력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특정 화학물질이 균열 발생과 성장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부품이 나사로 강하게 조여져 있거나 강제로 끼워져 내부 응력이 존재하는 상태라면 화학물질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제품에 아무 세정제나 사용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나사 주변에서 플라스틱이 잘 깨지는 이유
오래된 전자제품을 보면 나사 체결부 주변이 갈라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나사를 조이면 플라스틱에 지속적인 응력이 발생합니다.
특히 나사 구멍 주변은 형상 때문에 응력이 집중되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플라스틱의 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 응력을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료가 취화되면 같은 응력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여기에 반복되는 온도 변화나 진동까지 더해지면 작은 균열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나사를 풀거나 조립 과정에서 조금만 힘을 줘도 체결부가 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래된 플라스틱 부품을 분해할 때는 새 제품과 같은 힘을 줘도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날카로운 모서리에서도 균열이 시작되기 쉽습니다
금속의 피로파괴에서 응력집중이 중요했던 것처럼 플라스틱에서도 제품 형상이 매우 중요합니다.
날카로운 모서리나 갑자기 두께가 변하는 부분, 구멍 주변에는 응력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재료가 새것일 때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취화가 진행되면 이런 위치가 균열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제품을 설계할 때 모서리를 완전히 날카롭게 만들기보다 일정한 곡률을 주는 이유가 있습니다.
작은 형상 차이가 장기적인 내구성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충격에 강했던 플라스틱이 갑자기 약해지는 이유
플라스틱의 충격 저항성은 고분자 사슬이 힘을 얼마나 잘 흡수하고 분산할 수 있는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새로운 플라스틱은 충격을 받으면 국부적으로 변형되면서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화된 플라스틱은 변형 능력이 줄어듭니다.
충격 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서 균열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새 제품은 멀쩡한데 오래된 제품은 산산이 깨질 수 있습니다.
특히 추운 환경에서는 일부 플라스틱의 충격 저항성이 더 감소할 수 있습니다.
추운 날 플라스틱이 더 잘 깨질 수 있는 이유
고분자 사슬은 온도가 낮아지면 움직임이 감소합니다.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특정 온도 이하에서는 재료의 성질이 훨씬 단단하고 취성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중요한 개념이 유리전이온도(Glass Transition Temperature, Tg)입니다.
특정 비결정성 고분자나 비결정 영역에서는 유리전이온도보다 낮아질수록 분자 움직임이 크게 줄고 재료가 유리처럼 단단한 성질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실내에서는 잘 휘던 플라스틱이 매우 추운 환경에서는 같은 충격에도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노화되어 취화된 플라스틱이라면 낮은 온도의 영향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황변이 심하면 반드시 깨지기 쉬운 상태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황변은 재료 열화의 시각적인 신호가 될 수 있지만 색 변화 정도와 기계적 강도 저하가 정확하게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플라스틱의 색은 첨가제와 안료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제품은 색이 많이 변했지만 기계적 성능이 비교적 유지될 수 있고, 반대로 외관 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내부 물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황변만 보고 제품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황변과 함께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면 재료 열화를 좀 더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표면 균열
- 쉽게 부서지는 모서리
- 백화
- 광택 감소
- 표면이 분말처럼 변함
- 작은 충격에도 파손됨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것도 파손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강하게 구부리면 특정 부분이 하얗게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응력백화(Stress Whitening)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재료 내부에 미세한 구조 변화가 일어나면서 빛이 산란되어 하얗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뚜껑을 반복해서 휘거나 클립을 강하게 벌렸을 때 접힌 부분이 하얗게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이미 높은 변형을 경험한 위치라는 의미입니다.
반복적인 변형이 계속되면 결국 균열과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래된 플라스틱에서 특정 부위가 하얗게 변하면서 작은 균열까지 보인다면 해당 부분의 기계적 손상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플라스틱을 접착하면 다시 튼튼해질까요?
부러진 플라스틱을 접착제로 붙이면 외형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강도가 완전히 회복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주변 플라스틱 전체가 이미 취화된 상태라면 접착한 부위 자체보다 바로 옆의 오래된 재료에서 다시 파손될 수 있습니다.
접착제가 매우 강하게 붙어도 기재 자체가 약하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벽지가 벽에는 잘 붙어 있지만 벽 자체가 부서지면 함께 떨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오래된 플라스틱의 파손을 수리할 때는 단순히 깨진 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재료도 충분한 강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된 플라스틱을 다룰 때는 새 제품보다 조심해야 합니다
몇 년 이상 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부품을 분해할 때 플라스틱 클립이 부러지는 일이 흔합니다.
이런 제품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벌리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의 연성이 감소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적절한 분해 방법을 확인합니다
숨겨진 나사나 잠금 구조를 모르고 억지로 당기면 불필요한 응력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추운 상태에서는 더 주의합니다
일부 플라스틱은 낮은 온도에서 더욱 취성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강한 용제를 피합니다
아세톤이나 특정 세정제는 플라스틱을 손상시키거나 환경응력균열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미 균열이 있는 부위는 특히 조심합니다
균열 끝부분은 응력이 집중되는 지점이기 때문에 작은 힘에도 균열이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는 플라스틱 취화를 어떻게 늦출까요?
플라스틱 제품의 장기적인 수명을 늘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습니다.
- UV 안정제 사용
- 산화방지제 사용
- 열안정제 사용
- 충격보강제 적용
- 적절한 안료와 첨가제 선택
- 내환경성이 높은 수지 선택
- 보호 코팅 적용
- 응력집중을 줄이는 제품 설계
또 실제 사용 환경을 모사한 시험을 통해 장기간 사용했을 때 재료 성능이 어떻게 변하는지 평가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고온에서 일정 시간 노출하는 열노화시험이나 자외선을 반복적으로 조사하는 내후성시험 등을 통해 장기적인 열화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수명은 ‘몇 년’으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플라스틱 제품이라도 사용 환경에 따라 수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내 서랍에 보관된 제품과 햇빛이 강한 야외에 놓인 제품이 같은 속도로 늙을 수는 없습니다.
플라스틱의 실제 열화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함께 영향을 줍니다.
- 온도
- 자외선
- 산소
- 습기
- 화학물질
- 반복되는 힘
- 제품의 내부 응력
- 첨가제
- 재료 두께
- 사용 기간
그래서 단순히 ‘플라스틱은 10년이면 약해진다’는 식으로 모든 제품에 동일한 수명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제품은 수십 년 동안 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어떤 제품은 불과 몇 년 만에 심하게 취화될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깨졌지만 실제 변화는 오래전부터 시작됐을 수 있습니다
오래된 플라스틱의 파손은 금속의 피로파괴와 조금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용자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깨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재료 변화는 훨씬 이전부터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자외선이 고분자 사슬에 영향을 주고, 산소가 재료를 산화시키며, 높은 온도가 반응 속도를 높입니다.
첨가제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조금씩 누적되면서 플라스틱은 처음 가지고 있던 유연성과 충격 저항성을 잃어갑니다.
그러다 작은 충격이나 조립 과정의 힘이 마지막 계기가 되어 파손됩니다.
따라서 오래된 플라스틱이 깨졌을 때 단순히
“힘을 너무 세게 줬습니다.”
라고만 판단하면 실제 원인을 놓칠 수 있습니다.
같은 힘을 새 제품에 가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고장분석에서는 그래서 마지막에 가해진 힘과 그 이전에 누적된 재료 열화를 구분해서 살펴봅니다.
플라스틱은 금속처럼 붉은 녹을 만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황변하고, 표면이 거칠어지고,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점점 잘 깨지는 방향으로 변하면서 자신이 늙고 있다는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결국 오래된 플라스틱이 갑자기 깨지는 이유는 단순히 ‘플라스틱이라 약해서’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빛과 열, 산소와 응력이 고분자의 구조와 움직임을 바꾸면서 재료가 더 이상 예전처럼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플라스틱 표면에 갑자기 하얀 선이나 거미줄처럼 미세한 균열이 나타나는 이유와, 응력과 화학물질이 함께 작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크레이징과 환경응력균열을 살펴보겠습니다.
bu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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